아주 오래간만에 티스토리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나는 아주 오래간만에 우울하다. 아니 항상 우울했었다. 오래간만에 티스토리를 읽는데 한창 활발하게 기록을 남겼을 때가 용이 베를린에 놀러 와서 함께 놀았을 때 쯔음부터였다. 매년 놀러 왔지만 마지막으로 놀러 왔던 그때. 코로나 전의 그 해. 그때 케이가 죽었고 용의 친구가 죽고 현지가 죽고 그리고 용이 죽었다. 용의 친구가 죽었다는 기록도 있고 케이가 죽었다는 기록도 여기 다 있었네. 그리고 용도 죽었다는 걸 나는 적고 있지. 하필 한국에 있었을 때 용이 죽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례식에 갈 수 있었고 경찰이 말하길 용이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이 나였다고 한다. 우리는 그때 그냥 정말 일상적이고 시시낙낙한 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걔가 죽음 직전인걸 몰랐다. 그때가 수요일. 그리고 이틀 전 월요일에 우린 통화를 했었다.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나는 작년 8월에 죽어버린 현지의 봉안당에 찾아갔고 그날, 그날 저녁에 현지의 친구들과 술에 취해 있을 때 용에게 전화가 왔었다. 나는 술에 취해 용에게 평소에 하지 못 했던 말들을 했었다. 사랑하고 고맙고 표현해줘서 고맙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고.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용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2월 8일을 잊지 못하겠다. 2월 1일 현지 봉안당에 가고 그 주 토요일에 현지 언니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 대한 죽음을 천천히 겨우 정리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지 이틀 만에 용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와 안나는 바로 짐을 챙겨 부산역으로 가서 서울행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내리고 무작정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나 서울이라고 했다. 친구들은 군말 없이 나를 재워줬고 새벽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줬다. 다음날 장례식장에 갔고 하루 종일 있었고 그다음 날 발인을 했고 발인을 끝내고 밤 버스를 타 안나와 부산에 내려왔다. 새벽에 도착한 부산, 그 밤새 달리던 버스 안에서 안나와 나누었던 이야기, 장례식, 발인, 그때 있었던 웃기고 어이없고 슬프고 화나는 모든 이상한 시간들.
그 후 2월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용의 유품을 어떤 식으로 구해서 태워서 광안리 바다에 뿌려줬다. 유서에 적힌 물가에 뿌려달라는 말. 뼈를 뿌리지 못하게 되어 우리는 유품을 뿌렸다. 나는 너를 많이 사랑했고 소중했지만 너는 항상 뭔가 거리를 두는 거 같아 속상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통화에서 요즘 네가 많이 표현해주고 사랑한다고 해줘서 고맙다고 한 말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왜 그게 마지막인지 화가 난다. 어이없게 장례식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유서에 적힌 내 이름을 보며 울었다. 물론 나는 사람의 관계가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이가 없어. 안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친구의 이름을 유서에 왜 적니. 우리는 4년밖에 알지 못했는데 앞으로 내가 살아갈 시간 속에서 항상 나는 너를 그리워할 텐데. 이건 너무 가성비 떨어지는 친구관계이지 않니.
어째든 나는 다시 아주 오래간만에 정신과를 가고 (마침 한국이었고 정신이 나갔기에)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상담도 다시 시작했어. 네가 나를 병원에 보냈다. 약을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한국에서 정신 놓고 살고 그러다 겨우 얼마 전에 베를린으로 다시 왔다. 약 먹고 나아지는 중에 여름이고 혹시 겨울에 더 나빠질 나를 대비해 약을 안 먹은 지 딱 2주가 되었는데 오늘 기분이 베를린 온 이후로 제일 최악인 거 같다. 아 네가 상 받은 날 제외하고. 친구가 상을 받았는데 기분이 그렇게 더러울지 몰랐지. 네가 상을 받았는데 너는 없는 좆같은 세상.
죽고 싶고 사라지고 싶다.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이렇게 두 번 겪어보니 내가 죽어서 내 친구들에게 미칠 영향력이 두렵고 그냥 내가 죽는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죽는다기보다 모두의 기억속에 깨끗하게 사라졌으면 좋겠어. 원래 없었던 거처럼. 가족들 한테도 그냥 잊히고 싶다. 그럼 내가 죽어도 고통받지 않을 텐데.

현지와 용 둘 다 꿈에 자신의 기억들을 잊은 채로 나왔다. 현지는 죽기 전 겪었던 나쁜 기억 모두 잊은 1년 전 쯤의 기억을 가진 상태였고 용은 7년 전의 용으로 나왔다. 현지가 나온 꿈에선 현지에게 왜 죽었냐고 너 기억 안나냐고 다그치기만 했었는데 용이 나온 꿈에선 그래도 나름 성장했는지 용이 자신이 죽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네가 아주 좋은 작품을 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으며 상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걸 듣고 용은 웃었다.

2주면 약빨이 몸에서 다 나가는구나를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엄마를 생각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과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충돌한다. 점점 죽음의 순서가 나에게로 온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아주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마음과 동시에 순리대로, 순서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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