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극작가, 사라 케인을 오래간만에 읽다가 영상 시나리오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인터넷에 있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단편이라 그런지 감독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있었다. 별생각 없이 가볍게 보다가 아... 사라 케인이었지 하며 멘탈 다 털림. 굳이 내가 멘탈 털릴만한 상황은 아닌데도 털려서 보고 난 뒤에 계속 기분 더러웠다. 지금 멘탈 회복이 안 돼.

 사라 케인 폭파는 작가에 깊게 동화 된 첫 번째 희곡이었다. 모든 문장과 단어가 내 몸 깊이 박혔다. 텍스트로 읽었음에도 작가의 감정이 격하게 전해져서 기쁘고 슬프고 분노하고 공감했다. 사라 케인의 텍스트를 누군가가 연극/영상화시킨걸 아직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해서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걸 본 적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걸 보고 내가 고통을 받은 적은 없었었다. 이제 봤으니까 무슨 기분인지 알겠다. 이런 기분이구나. 영상 모든 순간이 사라 케인답다.

 단 한 명의 극작가를 뽑으라면 나는 항상 사라 케인이다. 과몰입하면 정신건강에 좋은 작품들이 아님에도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니까. 동시대를 살았다면 어떻게든 직접 만나려고 노력했을 거다. 자살하지 않았다면 이메일을 보냈을 거다. 사라 케인이 자살하지 않은 평행 세계엔 4.48 Psychosis가 있을까? Crave는? 아마 두 개는 없을 거 같고 Cleansed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을 거 같다. 폭파랑 페드라의 사랑은 있을거 같아. 계속 살아있다면 어떤 작품을 쓸까?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폭파만으로 나에겐 충분하다. 사라 케인이 살아있는 세계에서도 폭파를 읽고 어떻게든 좋아했을 거야. 

 

https://youtu.be/G2ZjplLullc

 

'우주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Korea Independent: Our Body 대한독립영화제 아워바디  (0) 2019.11.03
Pornfilmfestival Berlin  (0) 2019.10.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