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민지 언니한테 카톡이 왔다.
우주
자나
나 지금 몸 좀 이상한데
30붘이따가
저나해서 안 받으면 나한테 와중수 있어
어디가 이상한데요?
지금 약간 과호흡붕흐군 시작된거 같아
언니 어디에요? 기숙사?
하체부터 약간 마비 증상오는거 같나
어
봉지 있어요?
어
전화를 걸었지만 언니는 받지 않았다. 곧 다시 나에게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엄청 거친 숨을 내쉬면서 기숙사로 와달라고 했다. 나는 바로 갈 테니 기숙사에 있는 친구에게 내가 가면 문 열어줄 수 있게 말해라고 했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로 갔다. 다행히 기숙사로는 걸어서 30분 거리, 트램을 타고 가면 15-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숙사에 도착했고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가 문을 열어줬다. 다들 부엌에서 언니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언니는 의자에 앉아 마스크를 낀 채로 몸이 뒤틀리고 굳어있었다. 언니가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걸 듣긴 했지만 직접 본 건 처음이었고 나도 너무 놀라 언니의 굳은 몸을 주물렀다. 온몸의 근육이 굳어 딱딱했다. 내가 만져본 사람의 몸 중에 제일 딱딱했다. 내가 도착한 후 다들 언니를 들어서 부엌의 쇼파에 눕게 했다. 언니는 굳어있는 상태로 숨을 간신히 쉬면서 울고 있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계속 '언니 괜찮아요. 저 왔어요. 숨 쉬세요.'라고 말하며 언니 몸을 주물렀다. 기숙사에 같이 사는 다른 사람이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고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언니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싫다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같이 사는 친구는 처음엔 망설이다가 언니 상태가 더 심해지자 결국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차가 오는 동안 언니의 상태는 더 심해져서 숨을 아예 쉬질 않았다. 1-2분간 쉬지 않다가 갑자기 폭발하듯이 내쉬고 들이쉬고 다시 멈추고를 반복했다. 처음 언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을 때 너무 무서워서 언니 숨 쉬어야 해요! 소리치고 다른 기숙사 친구들은 흉부에 압박을 주며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 언니가 숨을 쉬지 않는 동안 언니 입술이 파랗게 되어가는 걸 봤다. 사람의 입술이 파란색인걸 처음 봤고 나는 정말 이러다 죽는 건가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 우리들은 계속 흉부압박을 하고 기도를 열고 숨을 넣었다. 언니는 계속 말을 하지 못 했고 나는 언니 의식이 있으면 눈을 깜빡이세요라고 계속 말했다. 언니는 눈은 깜빡였지만 숨은 쉬지 않았다.
구급차가 도착하고 응급대원들이 기숙사로 들어왔다. 언니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고 숨을 쉬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갈 연결했다. 언니는 울면서 소리 지르거나, 숨을 쉬지 않거나를 반복했다. 응급대원들은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고 우리들 보고 언니가 병원에 가져갈 수 있는 간단한 짐을 싸 달라고 했다. 언니의 여권, 지갑, 보험증 등등... 나중에 언니가 천천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언니는 병원에 가기 싫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응급대원들은 너 가야 한다고 했다.
왜 병원에 가기 싫어?
나는 병원비를 낼 돈이 없어.
너 지금 병원에 가야만 해. 보험 없어?
보험 있어. 하지만 저번에 병원에 갔었을 때 1500유로를 병원에 냈지만 보험회사에선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았어. 나는 돈이 없어.
구급대원들과 기숙사의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든 돈은 해결할 수 있다고 너 지금 병원에 가야만 한다고 설득했다. 언니는 만으로 30세가 넘었기에 학생보험이 가능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보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보험이 돈을 주지 않았다. 그때도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었지만 언니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응급대원은 너 이미 응급차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고 어차피 우리는 왔다고, 왔으니 최선은 병원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언니는 병원에 가기로 하고 구급대원들에게 실려 응급차를 탔다. 나도 함께 응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그래도 아까 응급대원이 준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천천히 근육이 풀렸고 언니는 말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서 잠시 기다린 뒤 의사랑 만나 면담을 가지고 약을 몇 알 정도 받아왔다.
패닉어택이 와서 근육도 뒤틀리고 숨도 못 쉬는 와중에 언니가 병원에 가기 싫다고 한 단어씩 말 한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외국에서 병원비 때문에,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간다고 말하는 게... 그 순간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발 돈이 뭐길래.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얼마 전 내가 사고 났었을 때 상황과 겹치면서 너무 이 모든 순간들이 지독하게 느껴졌다. 언니한테 언니 제가 돈 빌려드리거나 드릴게요. 병원 가요.라고 말해도 다른 기숙사 메이트들이 학교에 지원을 받자고 설득해도 언니는 아주 완강하게 가지 않겠다며 몇십 분을 버텼다. 그 시간들이 너무 아프게 기억된다.
응급실 대기 중에 언니에게 어쩌다 패닉어택이 시작되었냐고 물었다. 지금 기숙사에 인터넷이 안돼서 인터넷을 신청하고 다 같이 나눠내기로 했었는데 누군가가 학교 인터넷을 쓰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언니 명의로 인터넷 신청을 했기에 계약서는 언니 이름이었고, 만약 해지가 되지 않는다면 언니는 2년간 혼자서 인터넷 비를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이곳의 인터넷/핸드폰 2년 계약은 한국만큼 악명 높고 해지도 까다롭기에 만약 해지가 되지 않는다면...부터 패닉어택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엔 지금 유학생활 중, 기숙사 방에서 혼자, 패닉어택이 오는 게 공포스러운 생각 때문에 더 크게 왔다고 했다. 나는 그냥 언니 손을 잡고 저 그래도 가까이 사니까 빨리 올 수 있잖아요. 오늘도 빨리 왔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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