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영화

Pornfilmfestival Berlin

류우주 2019. 10. 28. 08:39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에 갔다. 작년에 갈까 말까 하다가 안 갔었는데 올 해는 레드가 남는 티켓이 하나 있다고 해서 레드와 함께 갔다. Queer Porn Shorts. 단편 퀴어 포르노 7개를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베를린 페미니스트 영화제랑 베를린 트랜스젠더 영화제 모두 단편 모아둔 프로그램들만 봤었다.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에 나오는 포르노들은 뭐가 다를까? 가 제일 큰 궁금증이었는데 좀 더 영화 같다? 다들 포르노와 영화 사이의 경계 어디쯤 있긴 한데 섹스신이 편집되지 않고 자세하게 나오는 영화 같은 느낌. 영화에 가까운 것도 있었고 포르노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어쨌든 영화관에서 여러 사람들과 포르노를 다 함께 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중간중간에 감독과 QnA 시간도 가짐.

 제일 좋았던 단편은 Ouroboros 쓰리썸 영상이었고 제목처럼 우로보로스 같은 체위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셋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있는. 에너지가 좋았고 구도도 좋았고 제일, 혹은 두 번째로 영화에 가까운 영상이었음. 큐엔에이 시간에 출연자 3명 모두 나와서 인사했고 어떻게 찍게 되었냐는 질문에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었고 작년에 여기 영화제에서 만나서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찍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제일 별로였던 단편은 Femme 4 Femme: Sneaker Slut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스니커즈를 신고 섹스를 하는데 한 명이 계속 스니커즈를 물고 빨음. 진짜 보는 내내 너무 괴로웠다. 관객들 싫어서 몸서리치거나 웃거나... 나는 몸서리치는 쪽... 왜 스니커즈의 고무를 핥나요... 왜 밑창을 핥나요... 왜... 처음엔 어이없어서 웃다가 진짜 너무 계속 영상 내내 핥아서 감독이 스니커즈 페티시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큐엔에이 때 관객이 감독한테 '스니커즈한테 출연료 줬나요?'라고 물었을 정도. 감독은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이라 굉장히 다양한 여러 가지(이상한)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것이 제일 이상하네요. 작품이 여러분에게 충격을 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라고 말함. 

 궁금증이 나를 언젠가 죽일 거야 싶은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고... 섹스 좋아하지도 않는 애가 여기 와서 포르노 보고 있는 게 현타 왔다. 특히 저 스니커즈 슬럿 작품에서 계속 스니커즈 핥을 때. 다른 작품들도 보면서 음... 남이 섹스하는걸 왜 보고 있어야 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좀 현타 왔었는데 저 작품은 진짜 현타 거하게 옴. 아마 다시는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에 오지 않을 거 같아... 한 번이면 충분하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친구의 연대 파티에 가기 위해 퀴어바로 갔다. 가는 길에 레드와 봤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레드는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에 매 년마다 한 프로그램씩은 보는 편이고 작년에 봤던 좋았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어떤 퍼포머가 인터넷의 웹캠 채팅을 통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다 하는 걸 관객들 앞에서 퍼포먼스 하는 형식이었는데 레드는 그게 너무 흥미롭고 좋았다고 했다. 나는 그 설정 자체가 아브라모비치의 리듬 0이 생각나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레드는 왜 흥미로운지 물었다. 레드는 자신의 예술 표현법이 섹스와 섹슈얼리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것의 현장성과 즉흥성이 그 퍼포먼스에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렇지만 오늘 본 쇼트 필름들은 자기도 좀 실망스러웠고 새로운 것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봤던 프로그램이 퀴어 필름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 페스티벌 자체가 혹은 베를린/독일 자체가 포르노에 대해 받아들이는 게 착취적인 면이 덜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큐엔에이에 나온 감독이나 배우에게 관객이 착취하는 시선으로 본다라는 느낌이 없어서 불편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냥 현타가 거하게 왔을 뿐... (근데 아마 퀴어 필름이라서 그런 듯. 어느 나라든 보통의 포르노에서 착취적 시선이 없기가 힘든 거 같다. 아니면 포르노'필름'페스티벌에 맞게 그에 맞는 작품들을 잘 셀렉했거나. '포르노'필름 페스티벌이면 그냥 사람들 인터넷으로 보겠지 왜 페스티벌까지 오겠어)

 연대 파티가 열린 퀴어바에선 랩 댄스 이벤트가 열렸는데 10유로를 내면 랩 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어떤 표현이 맞는 건지 모르겠네. 앞에서 스트리퍼가 랩 댄스를 춰준다.라는 표현이 맞을 듯. 아주 핫했고 난리가 났고 우리는 구경하다가 레드가 자기 하고 싶다고 해서 레드 랩 댄스 받고(?) 옴. 나는 궁금증이 나를 죽이는 경험은 오늘 하루 포르노 필름 페스티벌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랩 댄스 참여하진 않았다. 레드가 무대에 올라가서 랩 댄스 받는 걸 보는데ㅋㅋㅋ 표정이 너무 웃겼다. 거기서 오래간만에 플릭도 만났는데 플릭은 이미 아까 한 번 하고 레드와 함께 다시 또 했다. 둘이 표정 보는데 너무ㅋㅋㅋ 웃겼음.

 요즘 주중에 계속 일해서 주말 하루하루가 너무 절실한데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마침 오늘 서머타임도 끝났기에 공식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추웠지만 즐거웠고 내일은 일도 하고 회의도 해야 하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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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Porn Shorts – Pornfilmfestival Berlin

Shortfilm program, 79 min. A celebration of queer sexuality at its most playful and joyful expression. Join the ride of the Queer Porn Shorts and enjoy the latest productions by the hand of some of our festival’s most-loved filmmakers. Switch, Maximus Sk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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