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너에게

루비에서의 첫번째 저녁식사

류우주 2019. 8. 16. 06:04

칼리나에게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저번에 말했던 아시아음식을 하니 너를 초대할게. 그 초대. 막상 가니까 아시아음식이 아니었고 같이 사는 다른 하우스메이트인 파두가 한 아프리카 음식이었다. 마당의 커다란 탁자에 테이블보를 깔고 접시를 놓고 촛불을 켰다. 파두는 비건/논비건을 다 요리했고 사람들은 각자 먹고 싶은걸 먹었다. 아프리칸식 밥과 샐러드, 생선요리,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게 야채와 레몬을 함께 쪄낸 음식. 너무 맛있었고 아마도 그 생선요리는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먹은 생선요리였다. 네덜란드와 그리스에 여행 가서 해산물 요리를 먹은 적은 있는데 여기선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던 거 같아. 칼리나는 9월 한 달 동안 자신의 방에서 살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길 나눴다. 알고 보니 그중 한 명, 소피는 연극하는 사람이었다. 소피는 또 다른 두 명을 그 식사자리에 초대했는데 세네갈에서 온 연극하는 분들이었고 이야기가 연극 이야기로 흘렀다. 소피는 아우구스또 보알의 메소드를 주로 한다고 했다. 보알 오래간만에 들었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거 잊지 않고 떠올랐고 (내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거에 좀 놀라긴 했는데) 나도 보알의 메소드 좋아한다고 했다. 세네갈에서 온 보헴은 세네갈의 연극에 대해 말해줬다. 세네갈은 수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엄청나게 큰 배들을 끌고 가 그곳의 수산자원들을 쓸어가고 그 때문에 세네갈 인들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그래서 세네갈의 많은 극장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여러 개의 배들을 바다에 띄워 바다에서 연극을 한다고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연극에 관심 없는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들은 한 달 동안 이곳에 있는데 다음 주 금요일에 짧은 워크샵 발표를 한다고 했다. 흥미롭고 꼭 보러 가 봐야지. 다른 국가의 수산물 착취가 예전 소말리아에서도 일어났고 그것이 소말리아 해적을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글을 봤었는데 그때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 엄청나게 갈취해갔다고 들었다. 한국배들도 세네갈 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들었고 이 식탁에서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중국인일 수도 일본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중국인 일본인 둘 다 아니지만 중국/일본 어선이 가져온 수산물이 한국에 안 들어왔을까? 생각하면 어쨌든 나는 그 식탁의 확실한 착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