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월요일.
하우스 그룹챗에 티거가 메세지를 올렸다.
안녕 모두들. 여기 트랜스그룹의 티거야. 케이가 저번 주 금요일 밤부터 실종된 소식을 공유하고 싶어. 우리 이미 그녀의 활동반경과 병원에 연락했어. 계속해서 그녀를 찾는 것에 집중할 거야. 혹시 너희들 중에 정보가 있거나 그녀를 보았으면 제발 연락 줘. 나 걱정하고 있어. 고마워.
화요일.
걱정된 미피가 말했다.
누군가 그녀의 사진을 여기에 올려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녀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을까?
티거가 답했다.
더 이상 필요 없어. 이거 말하기가 쉽지 않다.
미피는 불안함을 감지하고 20분 뒤에 집에 도착한다고 했다.
그때 나와 알미는 메세지를 보지 못하고 부엌에서 빵을 먹고 있었다. 미피가 갑자기 들어와 짐을 놓더니 티거에게 가서 케이 소식을 듣고 오겠다고 하면서 바로 부엌을 나갔다. 아주 불안해 보였고 나는 케이?라고 알미에게 물었다.
그룹챗봤어? 케이가 실종되었다는 거.
응 봤어.
케이는 트렌스여성이고 섹스워커야. 나쁜 일이 생겼을까 봐 불안해.
나는 그제서야 위험성을 인지했다. 둘 다 잠깐의 정적을 가지는 사이 미피가 부엌으로 돌아왔다.
케이 죽었데. 죽은 채로 발견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빠르게 든 2가지 생각이 있는데, 제발 혐오범죄가 아니길 바랬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길 바랬다. 위층 트랜스 그룹에는 얼굴과 이름 모두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얼굴만 아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이기적이게도 부디 내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길 바랬다. 미피는 티거에게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티거는 이불에 쌓여 울고 있었고 물어볼 수 있는 순간이 아니였다고 했다. 알미도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알미를 안아주고 휴지를 가져다줬다. 사람들이 발코니에 모여 소식을 공유했고 집 전체가 잠겼다. 나는 실감이 안 났고 먹던 빵을 마저 먹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우스와 관련된 많은 그룹챗에서 소식이 오갔고 더 이상 그녀가 발견되었어라고 하지 않고 시체가 발견되었어 라고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알미의 방으로 갔다.
알미 괜찮아? 아니 안 괜찮은 거 알지만 그래도 좀 괜찮아?
아까보단 괜찮아.
케이랑 많이 친했었어?
아니 많이 친한 건 아니었지만 나한테 네가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했었어.
내가 케이의 얼굴을 알까?
곱슬머리에 키는 미피정도고 큰 안경을 쓰고 다니고 프랑스 악센트가 있어... 우리 트레젠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었어.
모르겠어...
케이의 가족들이 프랑스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친구들은 사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경찰에 전화했지만 가족 외엔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어쩌면 자살일 수도 혹은 교통사고일 수도 있지만 우리들 모두 혐오범죄라는 가능성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었다. 뭐든 최악이지만 혐오범죄만은 아니길 바랬다. 혐오범죄가 가장 최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요일.
자살이었어.
레드가 그룹챗에 올린 메세지를 읽자마자 후회했다. 혐오범죄만 아니면 최악은 아니라는 생각은 잘 못 된 것이었다. 자살이라니. 어제 실감 나지 않았던 감각이 갑자기 몰려왔다. 곧바로 하우스 전체 그룹챗에 티거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이 비극을 자격 없는 관련된 사람들이 공동 행동을 반성하는 순간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래. 우리는 일요일에서 월요일 사이에 방을 비울 거야. 이것으로 나는 너희들 모두와 커뮤니케이션을 끝낼게. 안녕.
티거는 곧바로 그룹챗을 나갔다. 미피는 곧이어 아마 모두 티거의 메세지를 읽었을 텐데 우리 모두 냉혈한이 아닌 이상 이미 반성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성은 좋지만 죄책감은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누구든 이 상황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면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자며 덧붙였다. 이어 잉크는 이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적어 공동체 메일링 리스트에 적어 돌리자고 했고 레드는 내일 밤 발코니에 모여서 추모의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나는 이 모든 메세지들의 틈에 끼여 거리를 걸었다. 자살이라는 말을 전해주자 모모는 계속해서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며 나를 살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 발코니에서 멍하니 비를 보고 있는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들었다. 옆에 있던 모모와 용에게 내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날 잡아 라고 했다. 휴가를 가서 집에 없는 롤리와 페미, 친구 집에 간 레드를 빼고 모두가 부엌에 모여있었다. 미피와 잉크가 부엌에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원래는 부엌에서 담배 피우는 게 허용되지 않았지만 엿 같은 날이니까 라며 피웠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저녁을 준비했다. 비도 오니까 파전을 먹어야지. 다 같이 부엌에 있을 이유가 절실했다. 친구들은 내 요리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웠고 나는 파전을 구웠다. 파전을 먹기 시작하자 비와 바람이 더욱 세차게 왔다. 다들 각자 방의 창문을 닫았는지 걱정되어 확인하러 갔고 미피의 방바닥은 이미 호수가 되어있었다. 다들 창문 확인 후 부엌에 돌아와 음식을 다 먹었지만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식탁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순간 왜 자살했을까 질문 뒤 깊은 침묵에 잠겼다.
이틀 전 세상이 멸망할 듯 쏟아지는 비를 보며 미피가 이 비가 끝나면 퀴어들만 남을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은 퀴어가 죽었다. 오늘도 세상이 멸망할 듯 비가 왔고 또 누가 죽진 않았을까 생각했다.